매우 평화로운 운동 시합 모습이라 아니 말할 수 없지 않은가?
4년 주기로 열리는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가 있다.
올림픽(Olympic)이라고 불리는 대회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라는 멋진 구호도 가지고 있는, 명실공히 인정받는 세계인의 대회다. 정상적인 의무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아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아주 유명한 행사다.
그런데, 요즘 이 행사가 개최국의 국력을 과시하고 지명도를 올리는 수단으로써 여러 국가들 간의 치열한 유치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원래의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비평가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러한 의견은 중국이 2008년 올림픽을 유치했다는 사실을 정치범에 대한 인권 탄압과 반체제 종교인에 대한 숙청에 대한 국제적인 면죄부로 해석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자, 그러면, 올림픽 정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근대 올림픽의 이상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근대 올림픽의 정신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이 말은 에텔버트 탈보트(Ethelbert Talbot) 주교가 한 말을,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Coubertin)이 인용한 것으로, 올림픽 강령의 일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이 문귀를 올림픽 정신의 핵심이라고들 평한다. 자유와 평등, 평화와 공존 등의 기본 정신이 녹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들은 말한다. 고대 올림픽의 정신을 이어 받아 이하 생략.
정말 그럴까?
원래 올림픽은 고대 올림픽과 근대 올림픽으로 구분된다.
고대 올림픽이란, 말 그대로 고대에 있었던 올림픽 행사를 말한다. 근대 올림픽은, 이 고대 올림픽을 그 정신적 토대로 삼아 1896년 다시 시작된 행사를 말한다. 위에 말한 고대 올림픽의 정신을 이어 받았다는 말은, 기원전 776년 전에 시작된 진짜 그리스의 올림픽 행사의 정신을 이어 받았노라, 라고 주장하고픈 것이겠다.
아마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이런 원칙이 있는 듯 하다.
옛 것은 아름답다. 옛 것은 우아하다. 옛 것은 좋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할게다.
고대 그리스는 여러 개의 도시 국가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용병으로 입에 풀칠을 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스의 사상가이자 역사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크세노폰도 정치적 낭만에 휩싸여 용병으로 전쟁터에 출병했던 사람이며 기원전 3세기 무렵에는 카르타고에 고용되어 로마를 격퇴한 적도 있는 것이 그리스 용병이다. 뛰어난 용병술과 마술, 갑옷과 무장의 체계화, 투척 병기의 체계적인 사용 방법, 공성 병기, 그리고 기본적인 시민군의 구성과 운용 방법들을 개발해낸 것도 그리스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 300에서 그리스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묘사한 것은 상당한 거짓말이다.
물론, 올림픽 기간 중에는 전쟁을 멈추고 적대 국가의 시민들이라도 자유롭게 통행을 할 수 있게 하였다는 등의 사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의 일부일 뿐이다. 자유로운 통행, 참관, 그리고 경쟁. 이것들의 이면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고대 올림픽은, 고대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무력 시위 행사였으며, 군사 회담 장소였다.
고대 올림픽의 경기 종목을 살펴보면, 단번에 이해가 될 것이다.
- 단거리 달리기. 별로 이상할 것이 없는 일반적인 경주.
- 장거리 달리기. 역시 이상할 것이 없다.
- 멀리 뛰기. 평이하다.
- 원반 던지기. 무거운 납덩이를 보다 멀리 던지기 위한 시합이다. 맞으면 죽는다.
- 창 던지기. 보다 멀리 있는 적을 쓰러뜨리기 위한 대표적인 투척 무기의 사용. 역시 맞으면 죽는다.
- 레슬링. 근접 전투의 기본 기술. 무기가 없을 때 가장 강력한 격투술의 하나.
- 복싱. 양 손을 서로 끈으로 묶고 상대방이 기절하거나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격투.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다.
- 사두전차경주, 쌍두전차경주, 기타 전차경주.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전장에서의 기동성 경쟁. 사고도 자주 발생했으나 전략적인 중요성으로 꾸준히 개최되었다.
- 판크라티온. 레슬링과 복싱을 혼합한 본격적인 살인 기술. 실제로 사망자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인기도 가장 많았다.
- 경마, 기타 경마경주. 말을 타고 달리는 경주. 말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가 시행되었으며 말이 아닌 탈 것도 포함된다.
- 무장경주. 한 손엔 칼을, 한 손엔 방패를 들고 싸우면서 달리는 경주. 벌거벗고 달리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상대방이 수염을 잡고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시에는 구레나룻도 정리를 했다.
- 나팔수 경주. 나팔수의 빠른 이동과 폐활량, 기량을 겨루는 시합. 지휘관의 명령을 실제 병력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수단이 나팔수다. 보통 나팔수는 기수를 겸했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가장 먼저 죽임을 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 전령 경주. 전장에서의 기본적인 통신 수단, 전령의 이동 속도를 따지는 시합. 전장에서의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전달은 전쟁의 승리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시합은 격렬했고, 사망자도 많이 발생했다. 경기 종목은 전투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들로 구성되었으며, 각 도시 국가를 대표하는 뛰어난 전투력을 갖춘 자들이 대표로 참가했다.
고대 올림픽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각 도시 국가들의 군사력을 비교하고 비교 우위를 검증하는 일종의 군사적, 정치적 시위와도 같은 것이다. 생각해보자, 지금과 같이 과학이 발달하기 전의 고대 그리스에서, 이보다 더 뛰어난 군사력 비교 방법이 올림픽 말고 뭐가 있었겠는가?
애당초 올림픽이란 군사적, 정치적인 목적으로 치러지는 행사였다. 이제 와서 정치색에 물들어 간다고 탄식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