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0 고전 경제와 제품 기안 [2]
2007/10/18 달라도 뭔가 다르다. 2007/07/12 문제 제기는 문제. [1] 2007/05/29 사교육비, 그리고 교육 산업 [1] 2007/04/10 관리직이란 딱지가 붙은 의자는 하나. [1] ![]() 학교에서 배워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경제 학자가 있다. 아담 스미스. 학교를 졸업한 지 1년이 넘어서 생각이 나지 않을지라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사람이 국부론(國富論, The Wealth of Nations, 1776년 저서.)이라는 명저를 남긴 바로 그 아담 스미스다. 대부분의 과학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아담 스미스의 이론에도 그 뿌리가 존재한다. 그것이 '세이의 법칙'이다.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되는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이름일 것이다. 세이의 법칙(Say's Law)은 장 밥티스트 세이가 제창한 개념이다. '판로설(販路說)'이라고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고전 경제학파의 기둥이라 할 만한 개념이다. 이 법칙은 보통 다음과 같이 요약되곤 한다. " 생산은 수요를 창출한다. " 누가 뭐래도, 이 말은 마샬 이전의 고전 경제학을 대표하는 명제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옳다는 것을 증명한 실적이 있다. 하지만 다 옛 이야기다. 무턱대고 이 명제를 추종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우리들이 잘 알고 있다. 생산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야기는 이렇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게 진리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면, 18세기 사람이거나 경험에 대한 인지 쪽에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겠다. 이 명제가 진리라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이런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논지를 아직도 신봉하고 있거나, 신봉하는 척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이러한 결정을 순차적으로 내린다. 1 단계. 가장 먼저. " 뭐든지 만들면 팔린다." (공급은 수요를 창출하니까?) 2 단계. 그 다음엔. " 경쟁력이 있어야 팔린다. " (차별화가 안되면 수요자에게 선택을 못 받으니까? 기술 개발을 한다?) 3 단계. 그리고선. " 경쟁력은 가격, 싸게 만들어야 팔린다. " (기술 개발에는 돈이 드니까 생산비를 절감, 가격으로 승부?) 4 단계. 결국은. " 야근하세요. " (인건비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최종 단계. 마지막으로. " 실무진의 제품 개발력이 부족했다. " 글쎄? ![]() 우리들은 종종 말한다. "역시 히트를 낸 적이 있는 사람은 달라도 뭔가 다르네." "역시 실적이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야." 이 말은. "역시 말아먹은 적이 있는 사람은 달라도 뭔가 다르네." "괜히 말아먹은 게 아니었어." 이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한국의 기업들은 말아먹은 전적이 있는 사람에게 보다 더 크게 말아먹을 기회를 주는 경향이 있다. 이제 슬슬 연봉제 이외의 선진 기업 경영 방식을 도입할 때도 되었는데 말이다. 이게 다, 말아먹은 사람은 말아먹을 사람을 알아보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말아먹은 사람은 더 크게 말아먹을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 자기보다 더 크게 말아먹을 사람이 많을수록 말아먹은 사람이 생존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래서 말아먹은 사람은 말아먹을 사람을 알아보는 재주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을 뽑고 중책을 맡겨야 하니까. ![]() 과감하게 잘못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것이 미덕이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정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이 발견해낸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선뜻 알려 주는가? 아니라고? 어째서?! 문제란,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했을 때 비로소 문제가 되는 법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세수를 하는 아가씨가 있다고 하자. 이 아가씨에게는 그것이 당연하다. 한국의 수돗물은 풍부하며, 값싸고, 하수 처리 비용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아가씨에게 있어서 수도는 당연히 틀어놓고 쓰는 것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사용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께서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물을 아껴 써야 한다고. 이제 수돗물을 틀어놓고 세수를 하는 것은 문제 행동이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라 해도 그것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제기된 조직은 반드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애당초 그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그러한 문제를 여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이미 다 해결되어 있기 마련이다. 즉, 새롭게 대두된 문제점들은 대체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항상 사원들이며, 실무자들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관련된 문제점을 단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문제를 문제라고 안 하면 된다. 문제란,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했을 때 비로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제성이 강한 문제라 할 지라도 이를 문제라고 하지 않으면 그대로 넘어갈 수 있기 마련이다. 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정비 불량으로 추락하면 모든 이들이 문제시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발생하는 정비 불량으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다들 입을 다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문제, 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부터가 핵심이다. 1. 위에서 설명했듯이,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하기 전까지는, 해당 문제 사항은 문제가 아니다. 2. 그 누군가가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에 비로소 문제가 된 것이다. 3.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은 비로소 문제가 된 것이다. 4. 따라서,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은,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문제를 만든 것이 된다. 5. 즉, 문제를 만든 사람은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다. 6. 고로,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 해당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자, 이래도 문제 제기를 할 생각이 드는가? ![]() 요즘 교육비가 치솟는다고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싼 교육비 감당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교육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아, 잠깐, 여기서 명시해 두도록 하겠다. 이 글에서 말하는 교육 산업 종사자들에 공공 교육 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분들은 일반적인 경제 논리에서 제외된, 말 그대로 교육 인프라에 속하는 분들이시다. 이 글에서 말하는 교육 산업 종사자들이란, 영어 학원, 피아노 학원, 무용 학원, 고급 어린이 집 등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과 종업원들을 말한다. "실버 산업보단 그래도 아직 엔젤 산업이 낫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으니까요." 이와 같은 논리에 빠져, 대부분의 엔젤 산업 종사자들이 소위 고급 마케팅 쪽으로 치중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어린이집을 하나 열더라도 친환경 소재는 기본이오, 원주민 영어 강사 초빙도 필수,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 영양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고 뭐 더 이상 말 안 해도 다 알 것이다. 이렇게 고급화를 하면, 싫어도 부모들은 지갑을 연다는 논리다. 자, 여기서 잠깐 이야기를 돌려보자. 먼저, 교육 산업을 일종의 산업 자원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럼 실제로 이 자원을 소모하는 실수요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것은 아이들이지만, 지갑을 열어 돈을 지불하는 것은 부모들이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자신들이 매입하고자 하는 자원을 판매하는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왜냐하면 거주지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선생들이 학생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것이 힘든 것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동 수단을 가지지 못한다. 즉, 집에서 가까운 교육 기관에 의존할 수 밖엔 없으며, 다시 말해서 이들에게는 공급자를 선택할 방법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지역 교육 기관은 독과점 상태를 유지하기가 수월하며 가격을 마음대로 통제한다. 이것 만이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교육 상품은 지리적인 여건에 의해 선택의 폭이 제한되며 그 결과 독립적인 상권이 형성된다고 했다. 자, 그럼 이렇게 독립적인 상권 내에서, 수요자의 수가 감소된다면 공급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인 거시 경제학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남는 상품은 수출을 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고. 하지만 미안하게도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교육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위 상품 당 가격을 올리거나, 신상품을 개발하여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것 뿐이다.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학비를 두 배로 받으면 된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 수학 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면, 무용이나 미술 같은 새로운 분야의 상품을 판매하고 이것이 생필품인 것처럼 시장을 이끌어가면 된다. 학원비가 2배로 올라가면 90점 받던 학생이 100점 받고 추가로 80점을 받는가? 유치원 때 미술을 배우면 다 화가가 되는가? 유치원 때 발레를 안 배워서 좋은 대학을 못 갔나? 이후의 전개는 뻔하다.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교육비가 무서워서 출산율이 떨어진다. 수요자가 줄어들면서 공급자는 가격을 더욱 올린다. 더욱 올라간 사교육비에 출산율은 더욱 떨어진다. 반복한다. 미국처럼 공급자 측에 완전 개방된 시스템으로 가던가, 프랑스처럼 수요자끼리 경쟁하는 변형된 전매 시스템으로 가던가, 뭔가 우리나라도 수를 내야 하지 않을까. ![]() "나도 열심히 일해서 언젠간 관리직이 되겠어." "왜 그렇게 관리직이 되고 싶은 거지?" "놀고 먹을 수 있으니까. 우리 상사 좀 봐. 살아있는 증거잖아." 이런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회사를 생각해보자. 이 회사의 미래는 과연? 고민할 것 없다, 회사가 망하던가, 저런 생각을 하는 사원이 잘리던가 둘 중 하나다. (대개는 회사가 망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저런 생각을 하는 직원들은 처세술에 능하기 때문에 도통 잘리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은 명쾌하다. 기업을 구성하는 단위 조직체, 예를 들어 한 개발 부서를 예로 들어보자. 이런 조직을 관리하는데 사람이 얼마나 필요할까? 자, 그럼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열심히 노력해서 승진하기를 꿈꾸는 직원이 있다. 그리고 무위도식하는 관리직이 있다. 하지만 관리직이라는 의자는 한 개 뿐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상식적으로는 열심히 일해서 승진하기를 꿈꾸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은 법이다. 대부분의 경우, 무위도식하는 관리직을 두고 있는 회사라면, 열심히 하는 사람을 승진시키기 보다는 내보내는 쪽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관리직 위에는 또 관리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관리직이라고 생각해보라, 당신 같으면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싶겠는가? 아래 사람(이 경우에는 당신의 직속 상관)에게 있어서 호랑이 새끼는 훗날 그 윗사람(이 경우는 당신)에게 호랑이 어미가 되어 나타날 공산이 큰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명심하라, 당신의 상사가 놀고 있거든, 열심히 일할 생각을 버려라. 상사가 노는 직장에서 위를 바라보고 노력하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길이다. 차라리 사내 정치 공부를 시작하던가, 아니면 발전적인 분위기를 가진 회사로 옮길 생각을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사실, 이 문제의 기본적 본질은, 승진하면 자기도 놀고 먹겠다는 마인드에 있긴 하다. 그리고, 핵심적 본질은, 그런 사람들이 대개 출세한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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