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경제와 제품 기안
우리에겐 구세주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배워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경제 학자가 있다.

아담 스미스.

학교를 졸업한 지 1년이 넘어서 생각이 나지 않을지라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사람이 국부론(國富論, The Wealth of Nations, 1776년 저서.)이라는 명저를 남긴 바로 그 아담 스미스다.

대부분의 과학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아담 스미스의 이론에도 그 뿌리가 존재한다. 그것이 '세이의 법칙'이다.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되는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이름일 것이다.

세이의 법칙(Say's Law)은 장 밥티스트 세이가 제창한 개념이다. '판로설(販路說)'이라고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고전 경제학파의 기둥이라 할 만한 개념이다.

이 법칙은 보통 다음과 같이 요약되곤 한다.

" 생산은 수요를 창출한다. "

누가 뭐래도, 이 말은 마샬 이전의 고전 경제학을 대표하는 명제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옳다는 것을 증명한 실적이 있다. 하지만 다 옛 이야기다. 무턱대고 이 명제를 추종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우리들이 잘 알고 있다.


생산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야기는 이렇다.

  1. 갑이 만드는 물건의 공급이 늘어난다.
  2. 공급이 늘어나면 늘어난 만큼 더 팔린다.
  3. 더 팔리면 갑은 돈을 더 번다.
  4. 갑은 이렇게 생산량을 늘린 만큼 더 벌어들인 돈을 을에게 쓴다.
  5. 갑이 을에게 쓴 돈은 을의 수입이다.
  6. 을은 갑에게서 벌어들인 돈으로 갑이 만든 물건을 사들인다.
  7. 반복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게 진리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면, 18세기 사람이거나 경험에 대한 인지 쪽에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겠다.


이 명제가 진리라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1. 대학 정원이 늘었다.
  2. 대학 졸업생 수가 늘어난 만큼 일자리가 늘어난다.
  3. 일자리가 늘어나면 대학 졸업생들은 취직을 하고 돈을 번다.
  4. 이제 사회 초년생이 된 대학 졸업생들은 번 돈을 사회 생활하는데 쓴다.
  5. 사회 초년생들이 쓰는 돈은 기업의 수입이 된다.
  6. 기업은 수입을 재투자하며 새 일자리를 만든다.
  7. 새 일자리를 충당하기 위해 대학 정원이 늘어난다.
  8. 반복한다.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이런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논지를 아직도 신봉하고 있거나, 신봉하는 척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이러한 결정을 순차적으로 내린다.

1 단계.    가장 먼저.
" 뭐든지 만들면 팔린다."
(공급은 수요를 창출하니까?)

2 단계.    그 다음엔.
" 경쟁력이 있어야 팔린다. "
(차별화가 안되면 수요자에게 선택을 못 받으니까? 기술 개발을 한다?)

3 단계.    그리고선.
" 경쟁력은 가격, 싸게 만들어야 팔린다. "
(기술 개발에는 돈이 드니까 생산비를 절감, 가격으로 승부?)

4 단계.    결국은.
" 야근하세요. "
(인건비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최종 단계.    마지막으로.

" 실무진의 제품 개발력이 부족했다. "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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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nciski | 2007/11/20 10:30 | 사회와 처세술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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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harkman at 2007/11/22 15:51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서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서 리플을.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는 손이 아니라 신의 섭리에 의해 이루어진다라는 뜻이죠. 즉 신의 손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것은 극렬한 통증과 악취를 동반한다는 뜻입니다.
Commented by 마근엄 at 2007/11/26 06:11
경제 이론이란 눈에 보이는 복잡한 현상을 간단한(?) 모델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니까 결국 어떤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겠죠. 더 이상 설명되지 않을 때는 모델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 바로 말씀하신 것 같은 문제가 터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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