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사회에서 고객은 왕이다. 어떤 종류의 거래가 이루어지든간에, 최종적으로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나 재화를 구매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에 드는 좋은 제품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노력한다. 학교에서 배우기는 그렇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무시하는 기업 형태가 존재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은 무소불위의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은행. 언제나 은행은 고객 위에 군림한다. 아무리 다른 모든 산업에 있어서 소비자가 왕이라 할지라도, 두툼한 유리문을 열고 냉난방 시설이 완비된 쾌적한 은행 안으로 한 발자국 들이미는 순간, 이러한 주종관계는 역전된다. 고객들은 마치 눈먼 쥐처럼 은행 앞에 절대 복종하며, 고객은 항상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은행원에게 애원하듯 서비스를 요청하고, 은행은 고객의 돈을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거만을 떨며 내어준다. 매우 불합리하지 않은가? 은행에 있어서 고객은 일반대중이다. 따라서 은행은 자본주의 원리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은행은 고객에 대해 예의 바른 태도를 갖추고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은행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시장경제 원칙은 죽었다’는 말이 절로 입가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시장경제 원칙에 근거하여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의 흐름을 담당하는 실질적인 기관이 바로 은행이라면서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기관 및 조직으로 은행을 첫손에 꼽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오늘도 21세기의 황금향(黄金郷) 전설을 믿으면서 은행의 대리석 제단 앞에 갖은 보화를 바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째서인가. 대체 은행이 무엇이길래! 은행 (銀行, bank) : 예금의 수입(受入), 유가증권 또는 기타 채무증서의 발행에 의하여 일반대중으로부터 널리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획득한 자금을 규칙적/조직적으로 대출하는 업무를 영위하는, 한국은행 이외의 금융기관(은행법 3조) 중에서 대표적 형태의 기업. 다시 한번 되풀이 해서 읽어 보도록 하자. 뭔가 경이로운 대목이 있지 않은가? ‘일반대중으로부터 널리 채무를 부담함으로서 획득한 자금을…’ ‘채무증서의 발행에 의하여…’ 그렇다. 은행이란, 일반대중들에 대해서 존재하지도 않는 재화를 판매하여 획득한 재화을 다시금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의 형태로 되파는 과정을 통해 이윤을 발생시키는 기업인 것이다. ‘장사란 원래 남의 돈을 가지고 하는 것.’ 자기 자본이 아닌 남의 자본을 가지고 장사를 해서 이윤을 발생시키고 그 이윤은 자기 자본으로 포함시키며 더욱 커진 자기 자본으로 더욱 많은 남의 자본을 끌어들여 더욱 규모를 키우고 더욱 커진 사업 구조로부터 더욱 많은 이윤을 발생시키고 그 이윤은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며, 언젠가 파국이 닥치면 각종 경제적 책임은 국가와 국민들이 대신 져주는 기업…….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마치 유(有)라고 생각되는 무(無)를 창조해내는, 그야말로 꿈만 같은 기업 형태다. 게다가 이러한 경영은 오직 은행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존경스럽고 위대하며 신비한 기업 형태인가! 원래 인간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 미천한 인간의 힘으로선 도저히 이룩할 수 없는 위업 앞에서는 경외감을 느끼며 그에 복종하는 법이다. 그러하니, 일반대중들이 은행 앞에서 무릎 꿇고 경배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자, 어떤가! 이제 은행이 달라 보이지 않는가? 은행이야말로 자본주의사회의 핵이며 중추인 동시에 시장경제 원칙조차 초월한, 꿈과 희망과 절망의 힘으로 쌓아 올려진 채무와 부채의 금자탑인 것이다! 경배하라, 우민들이여! 여기에 은행이 있다! PS. 언제 시간이 나면 은행 권력의 세습에 대해서나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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