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 항상 희생양이 되는 이유. Part.2
기술 0%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디자인의 승리


제품의 첫 인상은 디자인에서 결정된다. 실제로, 요즘 언론이나 매체에 등장하는 상품 성공 비결을 보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최신 유행에 부합하는, 또는 앞서 나가는 차별화된 제품 디자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기획자들은 제품의 비주얼적인 면에 가장 신경을 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획자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

제품의 디자인적인 측면을 기획하고 결정하는 것은 아주 난해하다. 왜냐하면 창의적인 디자인에는 구체적인 방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창의적인 디자인이다, 하고 기획이 제시를 하게 되면, 사실 디자인은 이미 끝난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 기획은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기획자가 제품 컨셉을 디자인해서 디자인 팀에 들고 가면, 아주 차가운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디자인 팀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른 부서에서 디자인 컨셉을 가져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품의 하드웨어적인 스펙은, 아주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되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제품 목표를 살펴 보도록 하자.

"300만 화소를 지원하는 슬라이드폰을 만든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이어서, 다음 제품 목표를 읽어보라.

"10대에서 50대 초반의 감성에 골고루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의 차세대 디자인 폰을 만든다."


당신이 기획자라면 어쩌겠는가?

별 수 없다. 현재 기술 개발팀이 구현할 수 있는 제품 한계 내에서 있는 머리 없는 머리 짜내어 제품 아이디어와 컨셉을 구성해서 디자인 팀에 넘겨주는 수 밖에. 하지만 이 조차 그다지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잠시 디자이너들의 어법을 빌려 보도록 하자.
(영어 단어의 뉘앙스에 주목)

토털리(Totally)하게 디자인 아티스트(Design Artist)들은 예술혼을 가진다. 그리고 예술혼이라는 것에는 일반적으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유니크(Unique)함에 대한 끝없는 패션(Passion)이 아주 높은 퍼센티지(Percentage)를 차지한다. 제품의 제작은 컨셉(Concept)컨트롤(Control)하는 아트 디렉터(Art Director)과 총괄적으로 리딩(Leading)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과 관련되어 개발이 실패하는 경우는 아티스트(Artist)들을 서포트(Support)하는 작업자(Worker, 보통 기술 개발팀을 칭한다.)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제품 디자인을 감당하지 못해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발매된 제품을 커스터머(Customer)가 외면하는 것은, 소비자(Consumer)의 수준이 아직 계발(Educated)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러한 문제는 보통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므로 회사는 제품 발매 초기의 냉담한 반응에 굴하지 않고 제품의 성공/실패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여기까지 디자이너 토크(Desinger's Talking)였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디자이너들의 마음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현실에서는 대개 디자인 컨셉은 최고 결정권자의 변덕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최고 결정권자에게 기술적인 성능을 판단할 지능은 부족하되, 제품 디자인을 볼 수 있는 시각 능력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다.


정말로 뛰어난 제품 디자인은,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마련이다. 정말 훌륭한 디자인은 시대적 흐름이나 소비자의 취향을 뛰어넘을 수 있다. 80년 전 바우하우스에서 이뤄진 디자인 작업물을 보라. 누가 설명해주기 전에는 그게 거진 1세기 전에 이루어진 작업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디자이너라면 누구든지 그런 훌륭한 디자인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개 마음만 앞설 뿐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천재란 길가의 조약돌처럼 흔한 게 아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품 디자인은 보통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1. 기획 파트에서의 디자인 컨셉 기획.
2. 디자인 파트에서 기획적 의도를 무시한 디자인 시안 작업 진행.
3. 최고 결정권자의 단순한 안력(眼力)에 의거한 디자인 평가, 재작업 지시.
4. 2, 3번 시퀀스의 수 회 반복 후 제품 출시 일정 압박.
5. 기획 파트 또는 디자인 파트에서 타 회사 제품의 카피 디자인을 제시.
6. 최고 결정권자의 승인.

그래서 항상 카피 제품들이 범람하게 되는 것이다.

"공룡의 뒷모습과 무한대틱의 앞모습을 적절히 혼합하였습니다."
같은 멘트가 이사회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해서 제품이 만들어지고, 실패하게 되면 책임론이 제기된다.
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당연히 기획이다.

1. 디자인이 기술적으로 제한을 받은 경우.
기획이 잘못된 스펙을 제시한 탓이다.
디자인 팀이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지 못한 것은 기술적 제약에 따른 것이며, 기술적 제약이 발생한 것은 기획이 무리한 제품 스펙을 제시한 탓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의 개발 능력을 무시한 제품 컨셉을 제시한 기획의 책임이다.

2. 단순히 디자인 능력이 따라주지 못한 경우.
기획이 잘못된 디자인 컨셉을 제시한 탓이다.
디자인 팀이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지 못한 것은 기획적 제약에 따른 것이며, 자유로운 디자인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따라서 잘못된 컨셉을 강요한 기획의 책임이다.

이미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사실 관계는 별 의미가 없다.
개발팀과 디자인 팀의 기술적 능력 또는 디자인 능력 부족이 사실상의 원인이라 하더라도, 이들에게 책임을 물었다가 회사를 그만 두게라도 된다면 그 동안 쌓은 기술적 노하우 등이 함께 빠져나가게 되기 때문에 함부로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모든 책임은 기획으로 집중된다.

이렇게 해서, 기획자들은 그 회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가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뒤 그 회사에서 나가게 된다. 그리고 회사는 새로운 기획자를 뽑아서 똑같은 실수를 무한정 되풀이하게 된다.

이것이 일반적인 기업 활동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획과 디자인 작업의 흐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획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천재 디자이너가 있는 회사에 취업하라.

천재적인 센스를 가진 디자이너가 있는 회사는, 그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대체 이 글들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건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다음 시간을 기대해주기 바란다.

P.S.
가끔, 전혀 기대하지 않던 사람에게서 정말 뛰어난 컨셉 아트가 나오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 해당 디자인 부서장의 인간성이 전체 프로젝트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공산이 크다. 부서 내의 연공 서열을 중시해서 디자인을 사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일대 파란을 각오하고 채택할 것인지 한참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기획이 회사를 옮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디자인을 버릴 경우 디자인 부서 내의 젊은 실무자들이 대거 회사를 그만두기 십상이고, 디자인을 채택할 경우 디자인 부서 내의 노련한 경력자들이 회사를 옮길 가능성이 대폭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찌 되던지 책임은 기획이 진다. 때로는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
by Fanciski | 2006/10/21 14:05 | 사회와 처세술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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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문지혜 at 2007/01/31 10:07
이것도 퍼갑니다 ~~ 재미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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