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기획자들은 이런 것을 만들고 싶어한다. (언젠가 웹에서 습득한 그림 한 장) 많은 기획자들이 하는 푸념이 있다. 왜 항상 책임은 기획이 지냐고. 하지만 이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자의 우문(愚問)일 뿐이다. 왜냐하면……. 책임지라고 뽑아놓는 것이 기획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제품을 기획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이 기획, 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인력이 기획이라고도 한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기획자가 아니다. 종종 자신을 기획자라고 소개하면서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잘 살펴보면 대개 CEO거나 President라는 직책을 겸직하는 사람들이다. 히트 상품의 기본은 시장 분석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상품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기획자들은 시장이 확보된 분야에서 작업하고 싶어한다. 그만큼 적은 위험부담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현실은 이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기업주들은,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손쉽게 승리를 거두기를 바란다. 그리고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란, 시장성이 없거나 아니면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다. 망하기 딱 좋은 시장이라고도 하고, 시쳇말로 블루 오션(Blue Ocean)이라고도 한다. 한편, 삼성처럼 자본이 많고 전통적인 경영 기법에 익숙한 회사들은 다른 중소 기업들이 개척해 놓은 시장을 자본을 앞세워 잠식하는 방식을 택한다. 어쨌거나 경영진들이 이런 전략을 채택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면, 기획자들은 이에 부응하는 것을 목표로 제품 기획을 해야 한다. 오래된 경제 원칙 중에 이런 것이 있다. 1.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 2. 따라서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 이러한 논리를 가지고 경영진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공급하라고 야단을 친다. 그러고 보니 저런 이론을 제창하신 분께서 돌아가신 지가 벌써 60년째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은 거시 경제적인 수준에서의 이야기다. 나는, 개인의 소비가 어디까지나 수요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본다. 내 생각에, 저 이론은 결국 한계효용론을 한번 더 비틀어 놓은 것이다. 새로운 것은 혁신적인 것이다. 이것은 논제 그 자체로 자명하다. 혁신이란 말 뜻 자체가 새롭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으며, 새롭다는 것은 기존에 없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 1. 기술의 혁신. 2. 디자인의 혁신. 기술의 혁신이란 말할 것도 없다. 휴대폰이 좋은 예가 되겠다. 20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데이터 통신망에 기반을 둔 전화 시스템이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무서운 속도로 보급된 휴대폰 통신 시스템은 이제 유선 전화 시스템을 몰아내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게 다 기술 발전에 힘입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술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기술은 그 자체로 발전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시장의 수요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기술은, 개발되지도 않을 뿐더러 우연히 만들어지더라도 그 용도가 생겨날 때까지 제품화 되는 일 없이 잠자게 된다. 이때, 발상의 혁신을 통해 기획 측에서 기존에 없는 혁신적인 내용을 제시하게 되면 이것이 일종의 가수요(假需要) 역할을 하여 기술 개발이 시작되게 된다. 또는 이를 위해서 기술 개발이 시작되어야 한다. 따라서, 혁신적인 상품을 가능케 하는 기술 개발의 단초는 기획이 잡고 있으며, 기획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에 따라서 제품의 성패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턱없는 소리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신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면, 그것은 어둠의 음모에 의한 농간이다.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자기가 만들 줄 아는 것만 만들 수 있다. 함정은, 발상의 혁신과 기술의 혁신이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사장님의 명을 받들어 모시는 기획 부서에서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 기술적인 한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제품화에 실패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술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머리 속에 해결책이 10초 내에 떠오르지 않거나, 생산 시설 확충에 돈이 들어가는 아이디어는 즉각 반려된다. 기획 입장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 고민을 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이는 사안이라 할 지라도 거의 모든 기술 개발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안 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미팅에서, 기술 개발 담당자의 머리 속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논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며 이는 그들의 머리 속에서 다음과 같은 논의를 무한 반복시킨다. (문서 작성의 편의를 위하여 각 항목마다 살짝 기획 입장을 끼워 넣었다.) 1. 혁신적인 기술 개발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a.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i. 제품이 성공했을 경우 개발 부서는 기술 개발 업적에 대한 공로를 챙긴다. 그 기술력을 경영진에게 인정받게 된다.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기획 입장에서는 당연히 성공했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득도, 손해도 없다. ii. 제품이 실패했을 경우 기술 개발에 대한 노하우는 인정받을 수 있다. 개발비를 낭비하지 않았거나 개발 기간을 지켰을 경우에는 프로젝트 진행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 특별히 손해 보는 것은 없다. 기획 입장에서는 개발비만 낭비한 꼴이 되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b. 기술 개발에 실패하고. i. 제품이 성공했을 경우 기술 개발에 실패하고 제품이 성공하는 경우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천재 디자이너와 철인(哲人) 기획자가 있다면 가능하다. 애플의 아이팟 성공 사례를 보라. 하지만 기술 개발 부서의 입장은 난처해진다. 조직 내에서의 존재 가치를 의심 받게 된다. 기획 입장에서는, 대략 본전 치기 정도의 손익 계산이 나온다. 거의 모든 공로는 디자인 부서 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ii. 제품이 실패했을 경우 기술 개발 부서의 무능함이 증명된 셈이 된다. 손해가 크다. 입장이 난처해진다. 기획 부서는 애당초 무리한 기술 개발 압력을 행사했다는 책임을 지고 함께 수렁에 빠지게 된다. 2. 혁신적인 기술 개발 제안을 거부했을 때 a. 기술 개발을 하지 않고. i. 제품이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경우. 특장점이 없는 제품은 성공할 수 없다. (가격 인하를 위한 기술 개발도 훌륭한 기술 혁신이다.) 특별한 기술 개발이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프로젝트 종료 시점에서, 차질 없는 프로젝트 진행 수완과 부가적인 기술 개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기획 입장에서는 특별히 손해 볼 것은 없다. ii. 제품이 실패했을 경우 최소한 업계 표준의 제품 성능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임은 디자인과 기획이 지게 된다. 개발 부서로서는 특별히 손해 볼 일은 없다. 기획 입장에는 가장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b. 애당초 기술 개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 개발 실패는 발생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논의를 반복한다. 따라서, 무조건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거부하는 것이 기술 개발 부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수 없다. 아무리 발상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의 지원이 없으면 제품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기술 개발은 기존의 해외 업체가 이미 만들어 낸 제품의 재생산이 되거나, 기존에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술의 변형 정도의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혁신적일 리가 없고 잘 팔릴 리가 없다. 어쨌거나 높은 확률로 책임은 기획이 지게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획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회사에 취업하라.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가진 회사에 취업할수록,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글의 전개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다음 시간을 기대해주기 바란다. P.S. 가끔, 기술 개발 담당자가 할 수 있다, 고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그 사안은 별 다른 문제 없이 채택되고 개발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개 담당자 머리 속에 이미 해결책이 떠올라 있는 상태다. 별 다른 기술 개발 없이 어떻게든 구현이 가능하다고 계산이 선 경우에만 기술 개발 담당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즉, 이미 일반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기술 개발 담당자가 업무 추진에 쉽게 합의해준 사안은 혁신적이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런 기술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기획이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 천재 디자이너를 출동시키면 어떨까?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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